[12월 21일 대림절 넷째 주일오전예배 설교] 이사야 7장 10절-16절, 하나님은 왜 거절당해도 찾아오시는가?

서론: 흔들리는 숲과 같은 우리네 마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지만, 따뜻한 연말 분위기 뒤편에는 내년 경제에 대한 불안과 풀리지 않는 인생의 숙제들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습니다. 겉으로는 "믿습니다, 평안합니다"라고 말하며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떨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막상 위기가 닥치니 하나님보다 당장 내 손에 잡히는 통장 잔고나 유력한 사람의 전화번호가 더 간절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에 절망하곤 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서 하나님이 "제발 기적을 좀 구하라"고 사정하시는데도, "저는 안 구할 겁니다"라고 딱 잘라 거절해버린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그런 뻔뻔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신비로운 '징조'를 강제로 쥐어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밀어내는 그 순간조차 포기하지 않고 뚫고 들어오시는 하나님의 지독한 사랑, 그 '임마누엘'의 비밀이 오늘 여러분의 두려움을 쫓아낼 것입니다.

본론: 두려움을 이기는 징조, 임마누엘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은 대림절 넷째 주일입니다. 성탄을 코앞에 둔 오늘, 우리는 이사야 7장의 말씀을 통해 우리 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1.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민낯

오늘 본문의 역사적 배경은 기원전 734년경, 남유다 왕국입니다. 당시 왕이었던 '아하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북쪽의 이스라엘과 아람(시리아)이 연합군을 결성하여 유다를 침공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왕과 백성의 마음이 어떠했습니까? 성경은 "숲이 바람에 흔들림 같이 흔들렸더라"(사 7:2)라고 묘사합니다. 거대한 태풍 앞에 놓인 나무들처럼, 온 나라가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선지자 이사야를 보내십니다. 그리고 아하스 왕에게 말씀하십니다. 11절입니다.

• 이사야 7:11,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 한 징조를 구하되 깊은 데에서든지 높은 데에서든지 구하라 하시니

이것은 엄청난 제안입니다. 하나님께서 "네가 원하는 기적을 무엇이든 보여주겠다. 하늘의 해를 멈추라고 하든, 땅이 갈라지라고 하든 말만 해라.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고 백지수표를 내미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을 가지라는 하나님의 파격적인 초청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하스의 대답이 충격적입니다. "나는 구하지 아니하겠나이다 나는 여호와를 시험하지 아니하겠나이다"(12절) 언뜻 보면 굉장히 믿음이 좋아 보입니다. 하나님을 시험하지 않겠다는 경건한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면을 쓴 불신앙'입니다. 아하스가 징조를 구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마음속에 다른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나님보다 당시 신흥 강대국이었던 '앗수르(Assyria)'를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앗수르 왕에게 사신을 보내 도와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였기에, 하나님의 개입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것이 우리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습니까? 우리도 인생의 위기, 즉 건강의 문제나 재정의 파탄, 자녀의 문제라는 '연합군'이 쳐들어오면 마음이 숲처럼 흔들립니다. 입술로는 "주여 믿습니다"라고 기도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이 주시는 징조보다 내가 들어놓은 보험, 내가 쌓아놓은 스펙, 내가 아는 인맥이라는 '앗수르'를 더 신뢰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문제는 하나님이 능력이 없으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께 기회를 드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 거절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징조

왕의 거절을 들으신 하나님의 반응은 어떠합니까? 이사야 선지자는 탄식합니다. "너희가 사람을 괴롭게 하고 그것을 작은 일로 여겨서 또 나의 하나님을 괴롭게 하려느냐"(13절).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괴롭게 하는 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위대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아하스는 하나님을 거절했지만, 하나님은 아하스를, 그리고 다윗의 가문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인간의 불신앙이 하나님의 구원 의지를 꺾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아하스가 구하지 않은 징조를 '친히(Himself)' 주시겠다고 선언하십니다.

• 이사야 7:14,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이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 구원받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요청해서 예수님이 오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밀어내고 세상을 쫓아갔지만, 하나님은 일방적인 사랑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셨습니다.

특별히 주목할 것은 그 징조의 내용입니다. 전쟁의 위기 속에 있는 나라라면,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거나 강력한 군대가 나타나는 징조가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이 주신 징조는 너무나 연약해 보이는 '한 아기의 탄생'이었습니다. 왜 아기입니까? 그리고 왜 그 이름이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입니까?

이것은 하나님의 구원 방식이 '힘의 논리'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앗수르). 하지만 하나님은 '함께함(Presence)'으로 문제를 해결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우리의 가장 낮고 어두운 자리, 두려움과 절망의 자리에 친히 들어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전능하신 창조주가 피조물의 몸을 입고 우리 곁에 오셨다는 것, 이것보다 더 확실하고 강력한 사랑의 징조는 없습니다. 임마누엘은 멀리 계신 신이 아니라, 내 아픔의 현장에 같이 계신 하나님입니다.

3. 두려움은 사라지고 하나님만 남는다.

하나님은 이 아이가 자라나서 선악을 분별할 줄 알게 될 때쯤(약 12~13세 혹은 더 어린 젖 떼는 시기), 아하스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두 왕(이스라엘과 아람)의 땅이 황폐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아람과 북이스라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앗수르에 의해 멸망합니다. 아하스를 공포에 떨게 했던 그 대단한 위협들이, 시간이 지나니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영적 원리를 깨닫습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을 잠 못 들게 하는 그 고민, 죽을 것 같은 그 고통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결국 지나갑니다. 그러나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은 영원히 남습니다.

아하스의 비극은 무엇이었습니까? 눈앞의 사라질 적들을 두려워하느라, 영원히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결국 앗수르를 의지했지만, 나중에는 그 앗수르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세상을 의지하면 결국 세상에게 삼켜집니다. 하지만 임마누엘 주님을 의지하면, 우리는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결론: 당신의 징조를 확인하십시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말씀을 맺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바람에 흔들리는 숲처럼 마음이 요동치고 있습니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나만의 '앗수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에게 징조를 주었다. 그 징조는 마구간 구유에 누운 아기,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님은 2000년 전 유대 땅에만 오신 것이 아닙니다. 성령을 통하여 지금 이 순간, 예배드리는 여러분의 심령 속에, 여러분의 가정 속에, 여러분의 고단한 삶의 현장 속에 '임마누엘'로 와 계십니다.

대림절 넷째 주일, 시선을 문제에서 돌려 예수님께 고정하십시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하나님이 우리 가정과 함께 하신다. 하나님이 내 미래와 함께 하신다." 이 믿음의 고백이 회복될 때, 두려움의 숲은 잠잠해지고 하나님의 평강이 강물처럼 흐르게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세상이 주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임마누엘"을 부르십시오.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 이름의 능력이 여러분을 지키실 것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

함께 하는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눈앞의 파도만 보고 두려워했습니다. 주님을 신뢰하기보다 세상의 방법을 찾아 헤맸던 우리의 불신앙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자격 없는 우리에게 친히 찾아오셔서 '임마누엘'이 되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제는 두려움이 변하여 기도가 되게 하시고, 한숨이 변하여 찬송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