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한 주간 평안하셨는지요?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오늘 우리는 주현절 후 네 번째 주일을 맞이하며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왔습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속도'와 '성과'를 요구합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음은 어느덧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번아웃'이라는 차가운 그림자가 소리 없이 우리를 덮치곤 합니다. "목사님, 저는 이제 더 이상 내어줄 힘이 없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무력하기만 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성도님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제 마음도 참으로 아픕니다.
본론
오늘 그런 여러분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주님은 산에 올라 앉으시고, 당신의 곁으로 다가온 제자들을 향해 입을 열어 말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은 요구가 아니라 '축복'이었고, 명령이 아니라 '위로'였습니다. 오늘 본문 마태복음 5장의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진정한 복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머물러 보기를 원합니다.
1. 하나님의 마음 발견: "너의 빈 마음이 복되다"
본문 3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마태복음 5:3,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우리는 흔히 가난한 것을 불행이라 여깁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무력감을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주님은 오히려 그 '비어 있음'이 복의 시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가난함'을 뜻하는 헬라어 '프토코스(ptochos)'는 단순히 조금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절대적인 빈곤을 의미합니다.
성도 여러분, 혹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계십니까? 그것은 영적으로 보면 하나님으로만 채울 수 있는 '거룩한 공간'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득 차 있을 때는 하나님이 들어오실 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비워졌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안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어 옵니다. 주님은 오늘 여러분의 지친 마음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그 마음이 비어 있으니, 이제 내가 너의 보물이 되어주겠다"라고 따뜻하게 안아주십니다.
2. 복음 안에서의 새로운 관점: "애통함 속에 피어나는 소망"
이어지는 4절에서 주님은 무엇이라고 말씀해 주십니까? 4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 마태복음 5:4,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세상은 슬픔을 빨리 털어버리라고, 울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성경적 회복탄력성은 슬픔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연약함 때문에, 그리고 이 아픈 세상을 바라보며 애통해합니다.
이때 주어지는 '위로'는 단순히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낙관론이 아닙니다. 곁에서 함께 울어주시는 성령님의 임재입니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의 저서에서 고난 속에 있는 자가 누리는 복에 대해 깊이 묵상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애통해할 때 비로소 십자가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슬픔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파도가 아니라, 우리를 하나님이라는 안전한 포구로 인도하는 바람이 됩니다. 그러니 성도 여러분,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님 앞에서 마음껏 울 때, 비로소 참된 평안이 시작됩니다.
3.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승리: "온유함으로 걷는 한 걸음"
마지막으로 5절을 봅시다.
- 마태복음 5:5,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온유함'(πραΰ́ς, 프라위스)은 길들여진 야생마와 같은 상태를 말합니다. 내 힘을 내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제 아래 두는 것입니다. 세상은 거칠고 목소리 큰 자가 땅을 차지한다고 가르치지만, 주님은 끝까지 인내하며 부드러운 마음을 지키는 자가 승리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논어(論語)의 안연편에 보면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복음의 가치를 따라 온유하고 친절하게 살아갈 때,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고 외로운 길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혼자 두지 않으십니다. 선한 영향력은 반드시 주변으로 흘러가고, 하나님은 그런 사람에게 당신의 풍성한 기업을 맡기십니다. 한꺼번에 세상을 바꾸려 애쓰지 마십시오. 오늘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그것이 온유한 자가 누리는 일상의 작은 승리입니다.
적용: 작지만 확실한 순종
성도 여러분, 오늘 주님은 우리에게 거창한 헌신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딱 한 가지만' 함께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기"를 실천해 봅시다. 무언가 잘해내지 못했다고 자신을 질책하기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거울 속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하나님이 너를 참 사랑하신단다. 너는 이미 충분히 복 있는 사람이야."
이렇게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길 때, 우리는 비로소 이웃을 사랑할 여유를 얻게 됩니다. 서두르지 말고, 이 작은 한 걸음부터 천천히 시작해 봅시다.
결론: 소망의 선포
말씀을 맺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팔복의 말씀은 구약의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 이미 약속되었던 하나님의 본심이기도 합니다. 바벨론 포로기라는 캄캄한 터널을 지나며 "하나님이 우리를 잊으셨는가"라고 절규하던 백성들에게, 하나님은 이사야 61장을 통해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 이사야 61:1, 3,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기쁨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통곡하던 '애통하는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재를 털어내시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꽃관(화관)'을 씌워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무거운 근심의 옷을 벗기고 찬송의 옷을 입혀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은 여러분이 무력감의 재 속에 머물러 있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주현절의 밝은 빛으로 우리에게 오신 주님은, 오늘 여러분의 삶에 '기쁨의 기름'을 부어주십니다. 우리가 심령의 가난함을 인정하고 온유함으로 주님을 신뢰할 때,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 삶을 가장 아름다운 화관으로 장식해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습니다. 이번 한 주간, 그 신실하신 손을 잡고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 나가십시오. 여러분의 발걸음마다 천국의 복이 함께할 것이며, 여러분의 따뜻한 삶을 통해 수많은 이웃이 주님의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존재만으로도 이미 하나님의 기쁨이며, 세상을 비추는 소망의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크신 평강과 복이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 위에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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