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26년 2월 8일 주일오전예배설교] 고린도전서 2장 1절-12절, 우리의 탁월함을 넘어서는 십자가의 역설 - 주현절 후 다섯 번째 주일

[2026년 2월 8일 주일오전예배설교] 고린도전서 2장 1절-12절, 우리의 탁월함을 넘어서는 십자가의 역설 - 주현절 후 다섯 번째 주일



1. 우리가 갈망하는 ‘지혜’의 표준


바울이 도착한 고린도는 당대 최고의 수사학과 철학, 그리고 세속적 성공이 지배하던 도시였습니다. 고린도 사람들에게 ‘지혜’란 타인을 압도하는 논리, 청중을 매료시키는 화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는 사회적 지위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내며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세상보다 더 정직해야 하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하며,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설득력 있는 삶의 모델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하나님의 탁월하심을 드러내는 존재가 되라고 명하십니다.



2. 왜 우리는 자꾸만 ‘성공’의 유혹에 넘어지는가?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를 구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세상의 방식인 ‘힘과 과시’를 갈망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는 뿌리 깊은 우상(εἴδωλο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정 욕구’와 ‘성과주의’입니다. 우리는 복음조차도 나의 스펙을 높여주는 도구로 사용하려 합니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를 향해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며 심히 떨었노라"(3절)고 고백했을 때, 고린도 사람들은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카리스마 넘치고 위풍당당한 지도자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καρδία)은 끊임없이 하나님보다 더 의지할 무언가를 찾아 헤맵니다. "내가 이만큼 유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안도감을 느끼는 우리에게, 바울의 ‘약함’은 패배주의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복음을 도덕적 ‘조언’으로 전락시켜, "조금 더 노력해서 멋진 기독교인이 되라"는 자기계발서 수준의 종교 생활에 안주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세상의 불안과 고독을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3. 그리스도가 성취하신 ‘가장 영광스러운 실패’


바울은 이 딜레마의 해결책으로 단 하나만을 제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2절) 이것이 바로 복음(εὐαγγέλιον)입니다. 세상의 논리로는 십자가는 철저한 패배이자 미련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지혜는 가장 낮은 곳, 가장 수치스러운 십자가에서 완성되었습니다.

  • 그분은 참된 요셉이십니다. 형제들에게 팔려갔으나 오히려 그들을 구원하신 분입니다.
  • 그분은 참된 다윗이십니다. 갑옷도 입지 않은 채 우리의 죄라는 거인을 대신 쓰러뜨리신 분입니다.
  • 그분은 참된 요나이십니다. 우리를 풍랑 속에서 건지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던져지신 분입니다.

세상의 통치자들은 이 지혜를 알지 못해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8절). 하지만 하나님은 그 '약함'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우리가 실패한 그 자리, 우리가 죄로 인해 죽어야 했던 그 자리에 예수께서 대신 서셔서 완벽한 의를 이루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받은 은혜(χάρις)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다 이루신(Done) 일을 거저 받은 것입니다.


[2026년 2월 8일 주일오전예배설교] 고린도전서 2장 1절-12절, 우리의 탁월함을 넘어서는 십자가의 역설 - 주현절 후 다섯 번째 주일



4. 십자가의 눈으로 세상을 재구성하기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십시오"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십시오"가 정답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확정된 무죄 판결'을 받은 존귀한 자임을 깨달을 때, 더 이상 세상의 인정에 목매지 않게 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나 자신의 성취를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공적 책임인 정의(מִשְׁפָּט)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자원이 내 노력이 아닌 은혜로 주어진 것임을 알기에, 소외된 이웃을 향해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의 스펙은 무엇이냐? 너의 힘은 어디에 있느냐?" 그때 우리는 바울처럼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나의 힘은 나의 약함 속에 머무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있습니다."



5. 예배로의 초대 및 종말론적 비전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삶이 약하고 두렵고 떨리십니까? 괜찮습니다. 성령께서는 바로 그 낮은 마음의 자리에 하나님의 깊은 것을 통달하게 하시는 지혜를 부어주십니다(10절).

우리는 이제 고난 중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가 부활로 이어졌듯, 우리의 현재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물을 회복하실 주님이 다시 오실 그날,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고 가장 완전한 통치를 이루실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통치 아래서, 오늘 하루도 내 힘이 아닌 주님의 은혜로 걷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9절)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호텔경제학: 이론적 배경과 경제적 함의에 관한 분석

호텔경제학은 최근 대한민국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하며 주목받은 개념으로, 화폐 순환과 경제 활성화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본 블로그는 호텔경제학의 개념적 기원, 호텔 산업의 경제학적 원리, 관광 승수 효과, 그리고 이론의 한계와 비판까지 학술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경제정책 수립과 지역 경제 활성화 논의에 실질적인 개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호텔경제학: 이론적 배경과 경제적 함의에 관한 분석 최근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호텔경제학'이 경제 담론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개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할 가치가 있는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본 글에서는 호텔경제학의 이론적 배경, 경제적 함의, 그리고 비판적 논점을 학술적 관점에서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호텔경제학의 개념적 기원 호텔경제학의 본래 개념은 2011년 포브스(Forbes)에 게재된 '100달러 지폐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사고 실험은 외부인이 100달러를 호텔에 맡기고, 이 돈이 지역 내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순환하면서 각자의 부채를 청산한 후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현금 거래 없이도 지역 경제의 부채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2025년 5월 16일 군산에서의 유세에서 이 개념을 활용하여 순환적 화폐 흐름 모델을 설명했습니다. "실제 돈의 양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화폐가 순환하는 것이 바로 경제"라고 언급하며, 이를 통해 지역 화폐 바우처와 같은 공공 지출 확대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습니다. 호텔 산업의 경제학적 원리 호텔경제학은 또한 호텔 산업과 관련된 경제학적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호텔 산업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2002년 발간된 "Economics of Hotel Management"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전쟁 중인 인도의 작전명 '신두르'는 무슨 의미인가?

인도가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사용한 작전명 '신두르'는 단순한 군사 용어가 아닙니다. 힌두교에서 결혼한 여성의 상징인 붉은 분말 '신두르'는, 이번 작전에서 테러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의 슬픔과 국가적 결의를 상징합니다. 본문에서는 신두르의 문화적 의미, 테러 희생자와의 연결, 인도군의 정밀 타격 전략 등 핵심 내용을 설명합니다. 또한, 갈등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합니다. 파키스탄과 전쟁 중인 인도의 작전명 '신두르'는 무슨 의미인가? 서론: 문화적 상징이 된 군사 작전 2025년 4월 22일,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테러리스트가 관광객 28명을 살해했습니다. 이 사건은 2008년 뭄바이 테러 이후 최악의 민간인 대상 공격으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에 대응해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는데, 이 작전명은 단순한 군사 행동을 넘어 문화적·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본론: 신두르의 3층적 의미 1. 힌두교 결혼의 상징성 신두르는 힌두교에서 기혼 여성이 이마에 바르는 붉은색 분말입니다. 신랑이 신부의 머리 가르마에 처음 발라주는 이 의식은 결혼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행동입니다. 라마야나 서사시에 따르면, 시타 여신이 라마 신에게 신두르를 바른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2017년 인도 정부는 이 전통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신두르에 관세를 면제하기도 하였습니다. 2. 테러 희생자와의 연결 파할감 테러 희생자 중 24명은 신혼여행 중이거나 가족이 함께 온 남성이었습니다. 이들의 미망인들이 신두르를 지우는 모습이 SNS에 퍼지자, 국민 여론이 폭발하였습니다. 특히 남편을 잃은 아이샤나 드비베디의 사례는 작전명 선정 배경이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를 '국가적 상실'로 재해석하며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였습니다. 3. 정밀 타격 전략 인도 공군은 라팔 전투기에 탑재된 SCALP 미사일(사거리 250km)과 HAMMER 정밀유도탄을 동원해 파키스탄 내 9개 테러 기지를 ...

[11월 9일 절기 본문 설교] 마태복음 11장 28절-30절, 세상의 짐, 예수의 멍에

11월 9일 주일의 절기 본문인 마태복음 11장 28-30절 설교. 신앙생활에 지쳤습니까? 왜 우리는 피곤할까요?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라고 부르십니다. 이 설교는 율법주의와 세상의 짐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쉼을 얻는 비결을 확인합니다. 주님의 '쉽고 가벼운 멍에'가 무엇인지 배우고 영적 회복을 경험하십시오. 마태복음 11장 28절-30절, 세상의 짐, 예수의 멍에 서론: 현대인의 피로, 신앙인의 탈진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번아웃(Burnout)', 즉 '소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단순히 피곤한(Tired) 상태를 넘어, 마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다시는 충전될 수 없을 것 같은, 영혼까지 탈탈 털린 듯한 극심한 탈진 상태를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라고 요구합니다. 직장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고, 가정에서는 좋은 부모와 배우자가 되어야 하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감정을 소모해야 합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위에서 우리는 모두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고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어야 할 신앙생활조차 우리에게 '쉼'이 아니라 또 다른 '무거운 짐'이 될 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기쁨과 설렘이 아니라 '오늘도 가야 하는구나'하는 무거운 의무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 않습니까? 교회에서 맡은 봉사와 헌신이, 처음에는 감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기쁨 없이 그저 습관처럼, 혹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감당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마음속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 해", "더 완벽한 크리스천이 되어야 해", "기도 시간을 채워야 해", "저 사람만큼은 해야지"라는 율법주의적인 압박감에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남들과...